聞慶山北의 石門九曲

◈ 문경의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과 석문구곡가
목      차
개      요(간략)
■. 석문구곡(1~3곡)석문구곡은 문경시 산양면과 산북면에 위치한다. 금천과 대하천을 따라 약 9km에 걸쳐 펼쳐진다. 이곳은 근품재(近品齋) 채헌(蔡헌, 1715-1795)이 석문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살았던 곳으로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중심으로 석문구곡이라 이름 지었다. ①1곡-3곡 제1곡은 농청대(弄淸臺)로 이곳은 청대 권상일이 지내던 곳이었다. 시냇물이 고였다가 흐르는 아름다운 경관과 조선 영조 때 만든 농청대가 어울린다. 농청이라는 말은 맑은 물을 감상하다라는 의미로 청대 권상일은 금천의 맑은 물 같이 자신의 마음도 맑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제2곡 주암(舟巖)은 배 모양으로 생긴 바위이다. 바위 위에는 주암 채익하(1573-1615)를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주암정이 있다. 주암 맞은편에는 부벽이라는 바위가 자리하는데 채헌은 이 두 바위가 마주하여 해와 달을 막는 문이 되었다고 할 만큼 경관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제3곡 우암대(友巖臺)는 금천 왼쪽 야산에 있다. 대 위에는 팔작지붕에 방 2칸, 마루 1칸의 우암정이 있다. 순조 1년(1801) 우암 채덕동이 세웠다. 우암 옆 바위에는 우암 채덕동이 은거한 곳이라는 뜻의 우암채고장수지소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 석문구곡(4~6곡)제4곡 벽입암(壁立巖)은 3곡 우암대에서 약 1.4km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 벼랑이다. 마을 사람들은 두꺼비 바위라고 한다. 푸른 바위가 솟아있는 경관과 바위 앞에 펼쳐진 넓은 물에 취해서 채헌은 흥취를 읊었다. 채헌은 이곳을 만나 도원에 이르는 입구를 상상했을 것이다. 제5곡 구룡판(九龍坂)은 용이 서려있는 듯한 산 아래 자리한 마을이다. 행정동명은 산북면 약석리이다. 뒷산이 용이 다투는 형상을 하고 있는 이곳은 일상적 마을이다. 주자의 무이구곡 중 5곡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데 일상적 마을에서 도의 가르침을 베푸는 것을 상상한 듯하다. 제6곡 반정(潘亭)은 현재 찾을 수가 없다. 다만 채헌의 석문구곡가를 살펴보면, 반정은 길 가던 사람들이 쉬어 가는 정자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뚝 솟은 한 그루 나무가 동서남북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정자가 되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반정이 있었던 곳은 사람들이 자주 오고가는 길 옆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 석문구곡(7~9곡)제7곡 광탄(廣灘)은 두 줄기 물길이 만나서 넓은 여울을 만드는 지점이다. 대하천과 동로천이 만나서 넓은 여울을 이룬다. 채헌이 석문구곡을 경영할 당시의 모습은 아니지만 산수의 경관은 여전히 훌륭하다. 채헌은 삼과 물이 어우러져 푸른 빛을 내는 물길을 배를 저어 광탄에 이르니 흰구름이 깊은 곳을 유유히 감싸고 있음이 눈이 들어온다고 읊고 있다. 제8곡 아천(鵝川)이다. 채헌은 아천의 모습을 흰 돌이 시내에 깔려 있고 복숭아꽃이 물 위에 떠내려 온다고 묘사하였다. 복숭아꽃이 물위에 떠내려 온다는 것은 석문구곡의 극진한 장소가 가갑다는 의미이다. 제9곡은 석문정(石門亭)으로 석문정 양 옆에는 바위 벼랑이 있는데 이것이 자연스레 문을 이루므로 석문이라 하였다. 석문정은 1788년에 다시 만들어졌으며, 채헌은 복숭아꽃을 따라 석문정 찾아가자고 하였을 만큼 이곳을 도원으로 설정하였다. 인간세상과는 다른 공간으로 설정하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다
祥 細 設 明

1.농청대(弄淸臺)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園林)의 제1곡은 농청대(弄淸臺)이다. 채헌(蔡?)의 ?석문구곡가(石門九曲歌)?를 보면 제1곡을 농청대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조사한 결과, 제1곡에는 농청정(弄淸亭)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후대에 수리하는 과정에서 농청정으로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71) 농청대는 문경시 산양면사무소에서 금천(錦川)을 따라서 500m 정도 가다보면 금천의 좌측에 자리한다. 바위 위에 높다랗게 세워진 농청대는 청대(靑臺) 권상일(權相一; 1679-1760) 선생이 장수(藏修)하던 장소였다.

권상일은 자신이 지은 존도서와기(尊道書窩記) 에서 농청대가 자리한 공간과 지어진 과정을 간략하게 서술하였다.
존도리의 동쪽으로 수백 보 지점에 대(臺)가 있는데 농청(弄淸)이라 하였다. 대체로 누가 이름하였는지 알지 못하고 옛부터 이름이 전해왔다. 농청대 아래에 맑은 내가 있는데 그 원두가 대미산(岱眉山)에서 나와 10여 리를 흘러들어 이곳에 이르러 물이 고여 못을 이루고 또 남쪽으로 푸른 들판 바깥을 흘러서 낙동강에 들어간다. 농청대 위에는 작은 산이 있는데 월방산(月方山)의 한 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다 동쪽으로 돌아 내에 이르러 멈춘다. 푸른 바위가 둘러 있는 것이 집의 담장 모양 같은데 오직 동남의 두 면은 물에 임해 두절되었다. 아래는 서려 있고 위는 평평하여 30여 명이 함께 앉을 수 있으니 곧 농청대가 있는 곳이다. 우측 곁에 층암(層巖)이 높다랗게 우뚝 솟아 가장 웅장하고 기이하다
. 存道村之東數百步有臺曰弄淸蓋不知何人所名而自古傳稱臺下有淸川其源出於岱眉山流入十餘里到此渟泓成潭又南流莽蒼之外入於洛江臺上有小山月方一枝南落東轉至川而止者也蒼巖環擁若屋壁樣惟東南兩面臨水?絶下蟠上平合坐數三十人卽臺之所在而右傍層巖屹立百尺最雄且奇

기미년(1739) 가을에 재료를 모아서 건축을 시작하여 다음해 늦은 봄에 공사를 마쳤는데 뒤 칸은 실(室)이고 앞 칸은 헌(軒)이라 합하여 삼간이다. 재(齋)는 졸수(拙修)라 하고 헌은 한계(寒溪)라 하고 통괄하여 이름하길 존도서와(存道書窩)라 하였다. 날마다 그 가운데 기거하고 도서를 좌우에 배치하여 정신과 심성을 기르니 대체로 장차 이곳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거늘 세상의 어떤 즐거움이 이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겠다. 졸수재가 높아 달을 가장 많이 들이는데 때로 작은 구름이 모두 사라지면 날씨가 맑고 밝아 달빛이 집에 가득히 비친다. 일어나 멀리 바라보면 시내의 여울이 훤히 밝고 들판이 멀리 트이며 동남쪽의 이어진 산들이 안개와 이내 속에 은연히 비치니 아득한 가운데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기쁘고도 상쾌하며 경치와 마음이 합하는지라 그 즐거움을 말로써 형용하여 사람에게 고할 수는 없다.
己未秋始鳩材營建翌年暮春訖功而後室前軒合三間齋曰拙修軒曰寒溪總而名之曰尊道書窩寢處於其中左圖右書?神養性蓋將終老於此而不知世間何樂可以勝於此也齋高得月最多有時纖雲掃盡天氣淸朗月光流滿於一室起而遠望則川灘虛明原野遼廓東南列峀隱暎於煙嵐杳茫之中不覺欣然灑然景與意會其樂不可以形於言而告於人也

석문구곡 제1곡의 경관을 살펴보면, 농청대(弄淸臺) 앞으로 금천(錦川)이 흐르는데 이 시내에 구금도보와 존도보가 자리하여 물이 고였다 흐르기 때문에 보의 맑은 물과 농청정이 어우러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한다. 보의 모래섬에는 갈대가 자라고 보의 맑은 물에는 물고기와 골뱅이가 많아서 마을 사람들이 이를 잡고 채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농청대 오른쪽은 민가 2채가 자리하고 왼쫀은 조금 떨어진 곳에 우사(牛舍)가 자리한다. 농청대 좌로는 오동나무가 있고 뒤로는 야트막한 야산이 자리하는데 30여 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농청대는 편액에 ‘존도서와(尊道書窩)’라고 적혀 있었고 팔작지붕에 2칸의 방, 1칸의 마루, 양쪽의 협문이 있는 구조를 하고 있었다. 석문 구곡원림 제1곡인 농청대의 위치는 아래와 같이 측정되었다.?위도 : 36° 37′18.13″ ?경도 : 128° 15′05.81″ ?고도 : 120m

농청대(弄淸臺)의 소재지는 문경시 산양면 조도1리 346번지이다. 조선 영조 15년(1739)에 창건하여 처음에는 이름을 ‘존도서와(尊道書窩)’라 하였는데 순조 8년(1808)에 화재로 인하여 소실되었을 때 ‘존도서와’라는 편액만이 남았다. 후인들이 이를 안타까워하여 1863년(철종 14)에 중건하였는데 지금의 건물이 이 때의 건물을 보수한 것이다. 농청대를 지은 권상일은 자가 태중(台仲), 호가 청대(淸臺), 본관이 안동(安東)이다. 1710년(숙종 36) 증광문과(增廣文科)에 병과(丙科)로 급제하여 승문원 정자(承文院正字) 등을 거쳐 1727년(영조 3) 만경 현령(萬頃縣令)에 이어 장령(掌令)에 임명되었으나 사퇴하였다. 그 후 홍문관(弘文館)의 계청(啓請)에 의해 경연(經筵)에 참석했고 군자감정(軍資監正), 울산 부사(蔚山府使) 등을 역임하고 1738년(영조 14) 사직, 낙향했다.

80세에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에 임명되고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갔다. 학문은 이황(李滉)이 수정하기 전의 사칠설(四七說)을 조술하여 이(理)와 기(氣)를 완전히 이물(二物)로 분리하고 이(理)는 본연의 성(性)이 되고 기(氣)는 기질(氣質)의 성(性)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巖臺俯淸川 바위 대는 맑은 내를 굽어보고
湛湛無纖累 맑고 맑아 작은 티끌 없어라
手弄復長歎 손으로 희롱하며 다시 길이 탄식하니
心源那似此 마음의 근원이 어찌 이와 같을까
靑山重不遷 청산은 다시 옮겨지지 않고
只在淸湖上 다만 맑은 호수 위에 있을 뿐이라
??有何思 초초하게 무엇을 생각하는가
山頭長北望 산머리에서 길게 북쪽을 바라보네
坐看寒溪水 앉아서 차가운 시냇물 보니
月照頓虛明 달빛이 갑작스레 비고도 밝아라
問渠那如許 묻노니 저것이 어찌 이러한가
爲是纖塵淸 작은 티끌 맑아졌기 때문이네

이 시를 통해 볼 때 농청대(弄淸臺)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농(弄)은 ‘희롱하다’는 의미이고 청(淸)은 ‘맑다’의 의미이니 곧 농청(弄淸)은 ‘맑음을 희롱하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희롱하다’는 의미는 ‘완상하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맑다’는 의미는 ‘물이 맑다’와 ‘마음이 맑다’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농청은 ‘대 앞으로 흐르는 맑은 물을 완상하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마음의 맑음을 완상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인간의 마음은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맑은 마음을 받아 태어났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가는 가운데 이 맑은 마음에 티끌이 끼이게 된다. 권상일(權相一)은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언제나 맑은 상태로 유지하려는 의미에서 농청대를 창건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곳에서 앞으로 흐르는 금천(錦川)의 맑은 물처럼 자신의 마음도 언제나 맑은 상태로 유지하려 하였다.

一曲溯?學海船 일곡이라 학해선으로 거슬러 오르니
淸臺瘦竹映前川 청대의 수척한 대나무 앞내에 비친다
先生去後無人弄 선생이 가신 후 완상하는 이 없으니
太古巖頭鎖暮烟 태고암 머리에 저문 안개 드리우네74)

채헌(蔡?)은 스스로 어부(漁夫)가 되어서 작은 배를 타고 금천(錦川)을 거슬러 올라갔다. 처음 이르런 곳이 그의 스승인 권상일(權相一)이 노닐던 농청대(弄淸臺)이다. 채헌은 농청대 주변의 경관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바위 위에 농청대가 있고 바위 아래에 존도와(存道窩)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바위 위에 농청정(弄淸亭)이 자리하고 바위 아래에 존도와는 존재하지 않는다.

뜰 앞에는 대나무가 있고 언덕 위엔 소나무가 있다고 하였다. 뜰 앞은 농청대 앞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농청대 앞에 대나무가 있었던 장소는 있으나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덕 위에 소나무가 있다고 하였는데 지금도 농청정 위의 야트막한 산에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채헌은 대나무와 소나무가 누구를 위하여 푸른빛을 띠고 있는가고 반문하였다. 이 반문은 바로 스승인 권상일의 인품을 말하고 있다. 권상일은 한 번 정한 일은 바꾸는 일이 없는 강직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그 의지를 바꾸지 않는 스승의 인품은 바로 농청대 앞과 뒤에 자리한 대나무와 소나무의 푸른빛과 닮은 점이 있었다.

2 주암정(舟巖亭)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園林)의 제2곡은 주암(舟巖)이다. 제1곡에서 약 1.6㎞정도 올라가면 현리(縣里)에 이르는데 이 마을 앞으로 흐르는 금천(錦川)의 왼쪽에 부벽이 자리하고 오른쪽에 주암이 자리한다. 현재는 채헌(蔡?)이 살았던 당시와는 물길이 달라져 주암 앞으로는 시내가 흐르지 않고 부벽 앞으로 흐른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과거 큰 홍수로 인하여 물길이 변하여 주암 앞으로 흐르던 시내가 현재는 논밭으로 변했다고 하였다.석문 구곡원림 제2곡의 위치는 아래와 같이 측정되었다. ?위도 : 36° 38′04.48″ ?경도 : 128° 15′16.16″ ?고도 : 122m

주암의 맞은편에 있는 부벽(浮碧)은 현리 앞 금천 가에 있는데 현재 이곳에는 경체정(景?亭)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정자는 1935년 채묵진(蔡?鎭)과 아들 채홍의(蔡鴻儀)가 조부 7형제를 기리기 위하여 세운 정자이다. 그들의 조부 7형제는 채성우(蔡性禹), 채영우(蔡永禹), 채약우(蔡若禹), 채현우(蔡鉉禹), 채장헌(蔡章獻),채용우(蔡鏞禹), 채장오(蔡章五) 등 7명이다. 원래 이 정자는 현리에 있었는데 1971년에 김철희(金喆熙)와 채홍희(蔡鴻僖) 등이 부벽으로 옮겨놓아 지금에 이른다. 후손들은 경체정을 짓고 나서 그 감회를 시로 지어 읊었다.

積歲經營不日成 오랜 세월의 경영을 신속히 이룸은
名家雲裔各輸誠 명가의 자손이 각각 정성을 쏟음이라
非徒肯構追先念 건축하여 선조의 염원을 좇을 뿐만 아니라
要使藏修勉後生 장수하여 후생을 면려하게 하고자 하노라
?午開?看野色 정오에는 처마 열어 들판 빛을 보고
向風移枕聽江聲 바람따라 베개 옮겨 강물 소리 듣는다
七分畵彩東峯月 저녁에는 동봉에 솟은 달을 그리고
長向樓顔夜夜行 길게 누대 향해 밤마다 걸어간다

후손들은 이 시에서 경체정을 지은 목적을 드러내고 있다. 경체정은 선조의 염원을 이루는 일뿐만 아니라 장수(藏修)하며 후생을 면려하게 하는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지어진 건물이다. 부벽(浮碧)의 오른쪽 물가에는 염바위가 자리하는데 지금은 지형의 변화로 자세히 보이지 않으며 확인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주암(舟巖)은 산북면 현리에서 현리교를 건너서 왼쪽으로 300m 정도 들어가면 마을 앞에 자리한다. 주암은 이름 그대로 배모양의 바위인데 이 바위 위에 주암정(舟巖亭)이 세워져 있다. 주암정의 소재지는 문경시 산북면 서중리 44-4번지이다. 이 정자는 주암(舟巖) 채익하(蔡翊夏; 1573-1615)를 기리기 위하여 후손들이 세운정자이다.

정자를 세운 연대는 1900년대로 추증된다. 주암 채익하는 자(字)가 비언(?彦), 호(號)가 주암(舟巖)으로 나재(懶齋) 채수(蔡壽)75)의 6세손이며 교위(校衛) 채극명(蔡克明)의 아들이다. 성균관 생원을 지냈으며 학덕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후손인 채홍탁(蔡鴻鐸)이 지은 ?주암정기(舟巖亭記)?에서는 주암정이 지어진 내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웅연(熊淵)의 남쪽에 큰 바위가 있어 형상이 배와 같은데 벼랑을 다듬어 길게 매어놓았다. 옛날에 우리 선조 상사(上舍) 부군(府君)이 일찍이 시내를 거슬러 오르며 노닐고 즐기면서 시를 지어 자신의 뜻을 붙였다. 이로 인해 주암(舟巖)으로 이름하였으나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일찍 돌아가셨다. 그 후에 이 바위를 지나며 노닐던 일들이 모두 사람은 갔지만 이름은 남아있게 되었다
. 熊淵之南有大巖形如舟而治崖長繫昔吾先祖上舍府君嘗??遊賞題詠寄意因以舟巖爲標號竟未?志而早世後之過此巖遊此巖者咸有人去名存之盛

 . 뒷날에 집안 일로 인하여 모임을 가졌는데 사손(嗣孫)인 종진(宗鎭)씨가 정색을 하고 나에게 말하기를 “대범한 사람은 선조의 평소에 다니던 곳이라도 오히려 그 유적을 보호하여 혹 글씨를 새기고 집을 지어 기념을 표하는 일이 많은데 하물며 이 바위는앞 세대에 뜻을 붙인 곳임에랴. 마을에 머물러 살아갈 때 날마다 접하지 않는 날이 없으니 어찌 한 집을 경영하여 바깥에 머물며 우러러 사모하길 견씨가 정자를 생각하는 듯이 하지 않겠는가?” 하니 내가 말하기를 “옳도다. 옳도다. 다만 각 집안이 힘이 약해크게 베풀 수 없어서 대대로 다만 마음으로 경영할 뿐이었다. 만약 다시 일을 시작한다면 어찌 내년이 올해이고 또 내년이 올해가 되겠는가?” 하였다
. 日因門事而會嗣孫宗鎭氏?然語余曰大凡人於祖先尋常行過之處猶尙保護其遺?或題刻焉建築焉以表記念者多況此巖先世之所寄意處在里?之停起居動靜無日不相接則?經始一屋外寓羹慕如甄氏思亭乎余曰是哉是哉但各家綿力不能巨張以至歷世而徒爲心上營者也若復延?則焉如夫明年如是又明年亦如是耶

. 이에 곧바로 의논하여 약간의 재물을 모아서 마침 인근 마을의빈 관청과 버려진 땅을 매입하고 긴 낫을 가져다가 풀을 베고 그티끌을 제거하고 그 틈을 보완하니 방이 집에 동쪽 서쪽 가운데세 개인데 집의 칸이 너무 좁아 겨우 무릎을 들일 수 있었다. 임오년 3월에 일을 시작하여 이 해 9월에 공사를 마치니 대체로 그 때의 형편에 따라서 짓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취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가 혹 있으나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면 천주봉(天柱峯)이 북쪽에 솟아 있어 완연히 만 길의 베를 걸어놓은 듯하고 금강(錦江)이 남쪽으로 흘러들며 의연히 한 세대의 금람(錦纜)을 모운다. 기타 자연의 아름다움은 안개가 드리운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니 우리 집안에 전해지는 도(道)를 위한 한 이름난 구역이 되기에 충분하다.
乃卽輪議鳩聚若干物適買隣里空?棄地取長?○○ 其垢輔其?室東西中於堂間架偏狹僅可以容膝始事於壬午三月訖役於是年九月盖遷就於時歲然也醉中不稱意者或有之然憑欄而眺望則天柱北屹宛然掛萬丈布巾錦江南注依然褒一世錦纜其他泉石之美煙霞之勝森列眼界者足爲吾家傳授之道一名區也

주암정(舟巖亭) 뒤로는 나지막한 산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작은 연못이 있다. 금천의 물줄기가 예전에는 이 연못이 자리한 곳으로 흘렀는데 큰 홍수로 인하여 물줄기가 바뀌면서 이곳은 밭이 되었다. 최근 이 주암정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연못을 만들었는데 주암정과연못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연못에는 말밤이 자라고 있다. 주암정 오른쪽에 큰 벚나무가 서 있고 뒤의 산에는 소나무 등 여러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주암정은 현재 그의 10대 손인 채훈식(蔡勳植)씨가 관리하고 있는데 3년 전에 문경시의 보조를 받아 수리하였다. 팔작지붕에 2칸의 방, 1칸의 마루로 협문이 없는 구조이다. 안계복(安啓福)은 주암정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작은 맛대 일각대문이 서쪽으로 나 있고 정자는 북서향을 하고있다. 향이 북서향인 이유는 기문에 나타난 것과 같이 “배모양의 큰 바위가 언덕에 정박하여 오랫동안 매여 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형상을 살린 정자를 지어 이러한 경관을 살리면서 접근하기 위해서는 서쪽으로의 진입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자 건물은 북서향을 하도록 결정이 된 것으로 보이며 남향을 고집하기보다는 경관적인 측면을 더 중요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정자 건물의 기단 높이는 대개 30∼35㎝정도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암정은 암반의 선실 부분에 정자를 세웠기 때문에 기단 없이 막돌로 초석을 놓았으며 종고(마루 높이)도 90㎝정도가 일반적이나 주암정은 43㎝밖에 되지 않는다.

주암정 뒷산에는 도천사(道川寺)가 있었는데 지금은 폐허가 되어 터만 남아 있다. 도천사에 있었던 삼층석탑 3기는 1974년에 김천 직지사로 옮겨져 그 중 2기는 대웅전 앞에, 나머지 1기는 비로전 앞에 자리잡고있다. 대웅전 앞의 석탑은 보물 제606호로, 비로전 앞의 석탑은 보물 제 607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석탑들은 통일신라 말기(9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크기, 양식, 세부가 동일한데 일반적인 3층 석탑에서 보이는 이중기단이 아닌 단층기단으로 된 것이 특징이다. 기단에는 면마다 안기둥과 귀기둥을 돋을 새김했을 뿐 다른 장식은 없다. 탑신부는 몸돌과 지붕돌을 각기 하나의 돌로 만들었는데 몸돌에는 다른 장식이 없이 귀기둥 모양만 돋을새김을 하였다.

지붕돌에는 수평을 이룬 처마선 아래로 일층부터 차례로 5?5?4단에 처마 받침을 두었고 1층 지붕돌에는 추녀 끝마다 풍경을 달았던 구멍이 뚫려져 있다. 상륜부는 1976년에 복원한 것이고 지대석은 이전 당시에 넓게 새로 조성한 것이다. 한편 도천사지에 있던 이 3층석탑이 직지사로 반출된 사실을 근자에 알게된 문경의 몇몇 유지들이 도천사삼층석탑반환운동협의회(회장:박범준, 제일철물상회대표)를 결성하여 이들 삼층석탑을 문경군으로 다시 찾아오는 운동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주암정 앞으로는 근품산(近品山)이 의연히 자리하고 있다.

二曲東亞日月峯이곡이라 동쪽에 일월봉이 솟아있고
雙巖枕水弟兄容두 바위 물을 베니 형제의 모습이라
亭前浮碧千年久정자 앞의 부벽은 천년이나 되었고
望裏竹林翠幾重대숲을 바라보니 푸르름이 몇 겹인가

채헌(蔡?)은 석문구곡 제2곡에 이르러 부벽(浮碧)과 주암(舟巖)을 만난다. 제2곡은 금천(錦川)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부벽, 왼쪽은 주암이 자리하는 형상이다. 따라서 채헌은 두 바위가 마주하여 해와 달을 막는 문이 되었다고 하였다. 이 표현을 통해 볼 때 두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 형상으로 인식되었는데 조사 결과 부벽과 주암은 그렇게 높은 바위가 아니었다. 채헌은 제2곡에 이르러 이 두 바위의 기이한 형상에 감명을 받아서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부벽 오른 편에 자리하는 바위를 채헌은 염(濂)바위로 규정하였다.그는 성리학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염계(濂溪) 주돈이(周敦?)를 존숭한 나머지 이 공간을 주돈이가 살던 고장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채헌은 웅연사(熊淵祠)의 네 선생을 생각했다. 다의당(多義堂) 채귀하(蔡貴河), 인천군(仁川君) 채수(蔡壽), 졸재(拙齋) 채소권(蔡紹權)79), 우담(雩潭) 채득기(蔡得沂)80) 등 네 분이다. 이들은 모두 채헌의 선조들로 그가 존숭했던 인물들이었다. 웅연사는 현재 남아 있지 않고 주암정 뒷산에 그 유허비만 남아 있다. 이 웅연사의 이름은 서중리에 남아 있어 서중리를 웅연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채헌이 언급한 가유서숙(嘉猷書塾)과 신씨 정려(申氏旌閭)가 있는데 이 두 건물은 현재 그 자취를 찾을 수 없다. 다만 신씨 정려는 채급지(蔡汲之) 아내 신씨의 정절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정려문인데 큰 홍수에 모두 떠내려갔다고 마을 사람들이 전했다.

3 우암대(友巖臺)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園林)의 제3곡은 우암대(友巖臺)이다. 우암대는 현리(縣里)에서 현리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400m 정도 걸어가면 금천(錦川) 왼쪽 야산 아래에 있다. 채헌의 ?석문구곡가(石門九曲歌)?에서는 우암대로 되어 있는데 우암대 위에 우암정(友巖亭)이 세워져 있다. 8작지붕에 2칸 방, 1칸 마루, 협문이 있는 구조를 가진 우암정은 문경시 산북면 서중리 36번지에 소재한다. 창건한 연대는 조선 순조 1년(1801)으로 다의당(多義堂) 채귀하(蔡貴河)의 후손인 채덕동(蔡德東)이 선조인 채유부(蔡有孚)를 기리기 위하여 세웠다. 채덕동은 자(字)가 군상(君尙), 호(號)가 우암(友巖)으로 형제 간에 우애가 있었고 부유하면서도 검소하였으며 많은 선비들과 사귀었다. 따라서 그의 호를 우암으로 짓고 아울러 우암정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정상관(鄭象觀)이 지은 ?우암정기(友巖亭記)?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탄식하여 말하기를 “천성(天性)을 되돌리는 일을 사람들이 능히 말하지만 재화(財貨)를 중시하고 처자(妻子)를 사랑하면 벗할 수 없다. 옹이 일찍이 세상의 일들을 잊고서 천성을 기르는 일을 즐겨했기 때문에 벗의 성(性)을 보존하였다. 경제적 문제에 힘을 써고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하게 되면 벗할 수 없다. 옹은 근검하게 생활하여 집안을 부유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벗의 도(道)를 다하였다. 시경(詩經) 에 이르기를 ‘형과 아우가, 서로 좋아하고, 서로 도모함이 없으리로다’ 하였으니 벗의 정(情)을 말하고 또 이르기를 ‘내 날로 매진하거든, 너도 달로 나아가라’ 하였으니 벗의 의(義)를 말하고 또 이르기를 ‘백씨가 질나팔을 불거든 중씨는 젓대를 부는지라’ 하였으니 벗의 낙(樂)을 말한다. 정(情)이 지극하고 의(義)가 지극한 이후에 낙(樂)이 이에 온전하다.”하니 옹이 술을 따르며 말하기를 “그렇다.” 하였다.
歎曰反天性也人能言之然重貨財私妻子則不能友翁早謝事好養性故保友之性善窮餓役愛惡則不能友翁勤儉能肥家故盡友之道詩曰兄及弟矣式相好矣無相猶矣言友之情也又曰我日斯邁而月斯征言友之義也又曰伯氏吹塤仲氏吹?言友之樂也情之至義之盡而後樂之斯全矣翁酌曰諾

 또 탄식하여 말하기를 “벗의 도(道)는 옛날에 형제의 의(義)가 있었기 때문에 우복(友卜)이라 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사해의 안이 모두 형제이다.’ 하였으니 형제의 정(情)이다. 논어(論語) 에 이르기를 ‘벗들 간에는 간절하고 자상히 권면한다.’하였으니 형제의 의(義)이다. ?소아(小雅)?에 이르기를 ‘자라를 삶고 잉어를 회를 쳐서, 여러 벗들에게 술과 음식을 올린다.’ 하였으니 형제의 낙(樂)이다. 옹은 능히 시서(詩書)를 잘 읽어 성령(性靈)을 펼치고 천진(天眞)을 통하니 유연함이 있도다.” 하니 옹이 또한 술을 따르며 말하기를 “그렇다.” 하였다.
又歎曰朋友道古有兄弟義故曰友卜子曰四海之內皆兄弟兄弟情也經曰朋友切切??兄弟義也小雅曰?鼈膾鯉飮御諸友兄弟樂也翁能善讀詩書暢於性靈融於天眞有油然者矣翁又酌曰諾

석문 구곡원림 제3곡의 위치는 아래와 같이 측정되었다. ?위도 : 36° 38′15.48″ ?경도 : 128° 15′09.07″ ?고도 : 114m석문구곡 제3곡의 경관을 살펴보면, 우암정(友巖亭) 앞으로 금천이 흐르고 오른쪽은 바위가 솟아있는데 바위에는 ‘우암채공(友巖蔡公) 장수지소(藏修之所)’라고 새겨져 있다. 이것은 우암(友巖) 채덕동(蔡德東)이 은거한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암정 오른쪽 앞에는 감나무가 있고 그 앞에는 백일홍이 있으며 우암정 뒤에는 야산이 자리한다. 우암정은 현재 지붕을 제외하고는 낡은 상태로 있으며 이를 관리하는 후손은 지원을 받아서 이를 수리하고 싶다고 하였다. 우암정 앞에는 후손의 집이 자리하고 있으며 후손들이 이를 관리하고 있었다. 우암정에서 바라보면 금천이 흐르고 그 앞으로 현리가 있으며 현리 뒤로 근품산(近品山)이 자리한다. 이러한 경관은 정상관(鄭象觀)이 지은 ?우암정기(友巖亭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양천이 적성산의 남쪽에서 나와 남쪽으로 나아가서 그 옛날 추향(樞鄕)인 권 선생의 청대(淸臺)가 되었다. 청대로부터 위로4?5리 지점에 수풀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승경(勝景)이 있는데 인천(仁川) 채군상(蔡君尙) 옹이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내가 금년 봄에 한 번 올라가니 정자의 좌우는 모두 푸른 바위이고 앞은 시냇물이 임해 있어 맑은 물이 급하게 흐르는 소리가 자주 자주 난간에 들려왔다. 시내밖엔 밝고 밝은 모래이고 고요한 별장인데 별장이 자리하는 옛 현은 아침과 저녁에 연기 꽃과 시내의 아지랑이가 숲의 푸르름과 서로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이었다.
山陽川出赤城山之南南出爲故樞鄕權氏先生之淸臺自淸臺而上四五里有林樹巖石之勝仁川蔡翁君尙築亭其上余以今年春一登焉亭左右皆蒼巖前臨川水淸?聲數數入檻川外明明沙靜墅墅古縣朝暮烟花與川靄林翠相涵如畵

옹의 집이 별장의 가운데 자리하여 정자와 마주하고 있는데 부르면 들리는 거리였다. 내가 정자에 오르니 곧바로 술을 가져오라 하였고 술이 곧바로 이르니 옹이 손수 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이 날에 비가 새롭게 수풀을 지나가니 들판을 깨끗이 하여 시야가 확 트이는 듯하였다. 옹이 창을 열고 그 남쪽의 돌이 고요히 마주하고 서로 나란하게 있는 것을 가리키며 형제암(兄弟巖)이라 하고 또 그 남쪽을 애암(愛巖)이라 하였다. 그 동쪽에 시내가 아래 위로 흐르는데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형천(兄川)이라 하고 말계(末溪)라고 하였다. 내가 기뻐하며 정자를 이름한 뜻을 알고 옹의 형제 전원(田園)을 보니 산기슭 창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로써 옹의 정자가 거처하는 방에서 멀지 않으니 땅이 기다림이 있었다.
翁家直墅之中亭子對焉招呼相聞余登翁卽呼酒酒卽至翁手酌余是日雨新過林樹如滌野望廓然翁拓窓指點其南之石靜峙相比者曰兄弟巖又其南曰愛巖其東之川上下解演入?者曰兄川曰末溪云余欣然識名亭之意觀翁兄弟田園麓?相望者以之而翁之築無遠居室則地有待焉

정상관(鄭象觀)은 어느 날 우암정(友巖亭)을 찾게 된다. 그는 우암정의 정확한 위치를 서술하고 있는데 청대(淸臺)로부터 위로 4?5리 지점이라 하였다. 이것은 현재 문경시 산북면 존도리에서 우암정과의 거리와 일치한다. 그리고 정상관이 묘사하고 있는 우암정 주변의 경관은 지금의 경관과 매우 흡사하다. 그는 먼저 정자의 좌우에 푸른 바위가 있다고 하였다. 현재 우암정 좌우는 바위가 둘러 있는데 이것을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암정 앞으로 시내가 임해 있다 하는데 이것은 바로 정자 앞을 흐르는 금천(錦川)을 말한다.

다만 지금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자주 자주 들려오는 맑은 물소리와 시내 밖의 밝은 모래 그리고 고요한 별장이다. 지금 우암정에서 물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경천댐의 건설로 시내의 수량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고 시내 밖에 밝은 모래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은 하천 제방 정비로 인하여 이 부분이 모두 논밭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또한 별장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三曲灘頭倚暮船 삼곡이라 여울가에 저문 배가 걸리니
友岩臺古幾千年 우암대 지은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亭亭華柱沙頭立 우뚝 솟은 화주가 모랫가에 서 있고
回首濂巖只自憐 염바위 바라보니 다만 절로 어여쁘네83)

채헌(蔡?)은 석문구곡 제3곡인 우암대가 자리한 공간을, 앞은 근품산(近品山)이, 뒤는 군자봉(君子峯)이 자리하고 남북으로 넓은 들이 천리에 펼쳐있다고 표현하였다. 실제로 지금 우암정이 자리한 공간은 앞에 근품산이 자리하고 금천(錦川) 너머로 넓은 들이 전개되는 공간이다. 다만 지금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은 모래마당에 자리한 화주(花柱)와 그 맞은편에 자리했던 화수헌(花樹軒)이라는 집이다. 이러한 기둥과 집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4 벽입암(壁立岩)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園林)의 제4곡은 벽입암(壁立岩)이다. 제3곡인 우암정(友巖亭)에서 현리교를 건너면 넓은 현리 들판이 나타난다. 이 현리 들판을 가로지르는 농로를 따라 약 1.4㎞정도 걸어가면 금천(錦川)의 새들보에 다다른다. 금천의 제방에서 새들보를 굽어보면 맑은 물이 고였다가 흘러간다. 이 맑은 물에 비치는 바위 벼랑이 있는데 이것이 벽입암이다. 금천의 제방을 따라서100m 정도 길이의 바위 벼랑이 솟아 금천에 임하고 있는데 봄이되면 이 바위 벼랑 위에 붉은 꽃이 만개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마을 사람들은 이 벽입암을 두꺼비 바위라고도 부르는데 이 바위가 풍수지리상 뱀산이 노리고 있는 두꺼비 바위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꺼비 바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뱀산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뱀산을 노려보는 황새바위가 두꺼비바위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문구곡 원림 제4곡의 위치는 아래와 같이 측정되었다. ?위도 : 36° 38′53.45″ ?경도 : 128° 15′28.30″ ?고도 : 128m벽입암에서 바라보면 앞으로는 현리의 넓은 들이 전개되고 들판 너머 야산 아래에는 대상리가 자리한다. 이 들판가로 도로가 나 있는데 이 길은 산북면 사무소로 이어진다. 아쉽게도 지금의 벽입암 주변의 경관은 농지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바위들을 많이 제거한 까닭에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의 증언에 의하면 과거에는 금천의 물이 많이 흐르고 주변의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많아서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채헌(蔡?)의 ?석문구곡가(石門九曲歌)?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四曲蒼蒼壁立岩 사곡이라 솟아 있는 푸른 바위 벼랑에
岩苔含露翠?? 바위 이끼 이슬을 머금어 푸르게 드리우네
高見形體無人識 높다랗게 보이는 형체를 아는 이 없고
汪汪後川只滿潭 넓고 넓은 뒷내엔 다만 못물이 가득할 뿐85)

채헌(蔡?)은 석문구곡 제4곡에 이르러 푸른 바위가 솟아 있는 경관과 이 바위 앞에 펼쳐진 넓은 물을 만나 그 흥취를 읊었다. 이 물은 물결을 일으킬 정도로 넓고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계절은 봄이니 솟아 있는 바위에 붉은 꽃이 피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었으므로 배를 저어 석문구곡을 거슬러 오르는 어부에게 흥이 절로 나지 않을 수 없었다.

5 구룡판(九龍坂)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園林)의 제5곡은 구룡판(九龍坂)이다. 제4곡에서 북서방향으로 바라보면 용이 서려있는 듯한 산 아래로 마을이 자리하는데 이 마을이 구룡판이다. 행정구역으로는 문경시 산북면 약석리이지만 마을의 표지석에 ‘구룡판’이라 선명히 표기되어 있다. 이 마을에는 옛날에 수양버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세월과 함께 사라져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없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금천(錦川)과 함께 한 동천(洞天)을 이루는데 빼어난 경치를 가졌다기보다는 일상적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다.구룡판은 약산의 남쪽에 있는 마을로서 마을 뒷산 봉우리가 아홉 마리의 용이 서로 다투어 승천하려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그 산기슭에 평평한 곳이 있어 이곳에 마을을 세우고 구룡판이라 하였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 마을을 지나다가 산세를 보고큰 인물이 나타날 지세라고 하면서 산혈(山穴)을 끊어 버리자 흙의 색깔도 붉게 되고 산 고개도 잘록해졌다고 전해진다. 석문구곡 원림 제5곡의 위치는 아래와 같이 측정되었다. ?위도 : 36° 39′11.72″ ?경도 : 128° 15′40.93″ ?고도 : 130m

주자(朱子)의 무이구곡(武夷九曲) 제5곡은 무이정사(武夷精舍)가 자리한다. 다른 굽이와는 달리 제5곡은 넓은 공간이 있어서 정사를 지을 수 있었다. 아울러 제5곡은 무이구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다. 높이 솟은 봉우리는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고 그 안에 평평한 공간은 집을 짓고 거주하기에 가장 알맞은 공간이 되었다. 주자는 무이구곡 제5곡의 무이정사에 거주하며 후학에게 가르침을 베풀었다.석문구곡 제5곡도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만 구룡판(九龍坂)은 유람을 즐기는 이들이 본다면 빼어난 경치를 가진 굽이는 아니다. 그런데 채헌(蔡?)이 이 굽이를 제5곡으로 설정한 것은 주자의 무이구곡 제5곡을 염두에 둔 듯하다. 비록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지라도 사람들이 거주하며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간으로 구룡판이 가장 알맞은 경물이었다.어위야 九龍板이 五曲이 되단말까

五曲溪邊路轉深 오곡이라 시냇가에 길이 돌아 깊고
九龍板下柳成林 구룡판 아래에는 버드나무 수풀을 이룬다
林間幽趣誰能會 숲 사이에 그윽한 흥취를 그 누가 아는가
一曲棹歌爽客心 한 곡의 뱃노래에 객의 마음 상쾌해라87)

채헌(蔡?)이 도착한 석문구곡 제5곡은 수양버들이 숲을 이루는 공간이었다. 채헌은 가느다란 수양버들이 봄바람에 춤을 추는 듯하다고 하였다. 생각건대 구룡판(九龍坂) 앞으로 흐르는 금천의 제방을 따라서 수양버들이 늘어서 수풀을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수풀에 사는 새들의 우는 소리가 배를 저어 오르는 시인을 부르는 듯하였다. 지금의 구룡판의 모습과는 달리 채헌이 도착한 석문구곡 제5곡은 수양버들의 군락과 아홉 마리 용이 서려있는 듯한 뒷산의 봉우리와 금천에 흐르는 맑은 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관을 바라보며 한 곡의 뱃노래를 부르자 시인의 마음이 상쾌하여졌다고 하였다.

6 반정(潘亭)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園林)의 제6곡은 반정(潘亭)이다. 현지 조사 결과 반정이 자리했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없었다. 현지 조사와 문헌 조사를 통하여 심층 조사를 하였지만 반정이 자리했던 굽이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채헌(蔡?)의 ?석문구곡가(石門九曲歌)?를 토대로 고증할 때 제5곡인 구룡판(九龍坂)과 제7곡인 광탄(廣灘) 사이에 존재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六曲盤亭一帶灣 육곡이라 반정에 물굽이 둘러 있고
白雲深處洞門關 흰 구름 깊은 곳에 동문이 닫혀 있네
琶山草綠江花落 비파산 풀 푸르고 강가의 꽃 떨어지며
黃鳥綿蠻春意閒 황새가 우지지니 봄뜻이 한가롭다89)

채헌(蔡?)의 ?석문구곡가(石門九曲歌)?를 살펴보면, 반정(潘亭)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쉬어 가는 정자로 그 옆에 우뚝 솟은 한 그루 나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석문구곡가☆의 제6곡을 분석해 보면 ‘우뚝 솟은 한 그루 나무가 동서남북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이 쉬어 가는 정자가 되었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목에 키가 큰 한 그루 나무가 서 있고 이 나무의 그늘이 좋아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볼 때 반정이 자리한지점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옆이고 동시에 앞으로 물굽이가 둘러있는 공간으로 짐작된다.

☆석문구곡가☆는 이러한 반정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지점을 언급하고 있는데 ‘비파산’과 ‘황새바위’이다. 조사 결과, 황새바위는 산북초등학교 뒷산 정상에 황새 모양을 한 바위이고 비파산은 황새바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뱀산을 가리키는 듯하다. 황새바위는 마을 주민들이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비파산은 그 위치를 잘 알지 못했다. 채헌이 석문구곡 제5곡을 지나 금천을 따라 올라가다 물가에 서 있는 반정을 만난 것이다.

7 광탄(廣灘)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園林) 제7곡은 광탄(廣灘)이다. 광탄은 두 줄기 물길이 만나서 넓은 여울을 만드는 지점이라 광탄이라 이름하였다. 광탄은 석문정(石門亭)에서 내려오는 대하천(大下川)과 화장골에서 내려오는 동로천(東魯川)이 만나 넓은 여울을 이루는데 이 여울과 야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동천(洞天)을 이루고 있다. 광탄에서 눈을 들어 서북쪽으로 바라보면 아천교(鵝川橋)가 보이는데 이곳이 석문구곡 제8곡이 된다. 광탄 옆의 언덕에는 문경시에서 지정한 보호수 소나무가 있는데 그 모습이 자못 신비롭다. 천연기념물 제426호로 지정된 대하리 소나무는 반송(盤松)의 일종으로 2개의 우산을 맞대어 놓은 듯한 형태로 아름답다. 수세(樹勢)가 양호하며 높이가 6m, 둘레가 3.1m, 가지는 동서로 15.1m, 남북으로 20m 퍼져 있으며 수령은 약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이 나무 주위에 황희 정승의 영정(影幀)을 모신 장수 황씨 종택사당과 사원이 있었다 하여 이 마을 이름을 영각동(影閣洞)이라 하였다.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에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영각동제를 지내는 등 마을의 수호신으로 신성시하고 있다.석문구곡 원림 제7곡의 위치는 아래와 같이 측정되었다. ?위도 : 36° 40′10.19″ ?경도 : 128° 16′09.49″ ?고도 : 140.8m광탄(廣灘)의 행정구역은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이다. 대하리는 고려 말엽 단양 우씨가 막골에 터전을 잡고 마을을 개척하였다고 전하고 있으며 그 후에 조선 세종 때 명신(名臣) 황희 정승의 후손인 황정(黃珽)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한두리 위쪽에 자리했다 하여 웃한두리라 부르게 되었고 광천(廣川), 막골, 신평, 영각 등 5개 자연부락을 대하(大下)라고 칭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대도촌(大道村) 또는도촌이라 불려졌다. 특히 광탄은 광천을 말하는데 대하천과 동로천이 합쳐져 넓은 내를 이루기 때문에 ‘너부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광탄 주위는 약간의 논밭이 펼쳐져 있지만 그 밖은 대부분 높은 산으로 에워싸여 있다.

도로에서 광탄에 이르고자 할 때에는 논밭의 두둑을 가로질러 가야 이를 수 있다. 지금은 금천에 흐르는 물의 양이 많이 줄어들어 채헌(蔡?)이 석문구곡을 경영할 당시의 모습이 아니지만 아직도 산수의 경관이 빼어남을 간직하고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없어 광탄의 맑은 물에 발을 담그기가 주저되었고 멀리서 바라보는 광탄의 경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七曲行舟上廣灘 칠곡이라 배를 저어 광탄에 오르며
嘉猷書塾更回看 다시금 가유서숙을 되돌아 보노라
却憐夜雨蓬山過 안타까워라 밤비가 봉산을 지나가니
活水源頭添一寒 활수의 원두에 찬 물이 불어나네91)

채헌(蔡?)이 석문구곡 제7곡에 이르렀을 때는 석양이 지는 무렵이었다. 광탄(廣灘)의 물 위에 석양의 붉은 빛이 잠겨 있는 모습을 상상할 때 한 폭의 동양화가 그려진다. 채헌은 배를 저어 광탄에 이르렀다. 뱃노래[?乃曲]를 부르며 배를 저어 광탄에 이르는 과정에서 좌우의 산과 물은 온통 푸른빛을 머금었다. 광탄에 이르러 노를 놓고 고개를 들어 높이 솟은 봉산(蓬山)을 돌아보니 흰 구름이 깊은 곳을 덮고 있는 모습이 눈에 유연히 들어왔다고 노래하였다.

8 아천(鵝川)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園林)의 제8곡은 아천(鵝川)이다. 석문구곡 제7곡인 광탄(廣灘)에서 대하천을 따라서 200m 정도 서북으로 굽어 돌아 올라가면 왼편에 돌산이 나타난다. 여기서 1㎞정도 더 올라가면 눈 앞에 아름다운 계곡을 만나는데 이 계곡이 아천이다. 아천은 오른편에 야산이 자리하고 왼편에 시내가 흐르는데 야산과 시내는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이룬다. 시내에는 작은 돌이 깔려 있어 이 돌 사이로 흐르는 물이 매우 맑다. 따라서 여름에는 이 계곡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시내의맑은 물에서 멱을 감는다. 아천 계곡 앞에는 옛날에 건설한 아천교와 새로 만든 마천교가 함께 놓여 있는데 이 자리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광탄과 이어지는 시내가 보이고 위를 바라보면 석문정과 이어지는 시내가 보인다. 석문구곡 원림 제8곡의 위치는 아래와 같이 측정되었다. ?위도 : 36° 40′27.43″ ?경도 : 128° 15′57.88″?고도 : 140m

광탄(廣灘)에서 아천(鵝川)으로 올라가면 두 시내가 만나는 지점에 이른다. 두 시내는 대하천과 동로천이다. 광탄에 이르기 위해서는 대하천을 따라서 올라가야 한다. 이 지점에서 동로천을 따라서 올라가면 화장골에 다다른다. 화장골은 양천 허씨가 처음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마을이다. 조선 성종 때 장말손(張末孫)과 사위 박인량(朴寅亮)이 관직을 사퇴하고 이곳에 은거하면서 마을을 발전시켰으며 인근에 폐사된 화장사(花庄寺)라는 절이 있어서 마을 이름을 화장이라 불렀는데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내화(內化)라고 개칭되었다. 화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절이지만 약 100여 년 전에 폐사되고 3층 석탑만 허술한 모습으로 남아 있던 것을 1960년에 복원하여 보물 제51호로 지정, 보호 관리하고 있다.

채헌(蔡?)은 광탄에서 배를 타고 아천으로 올라가며 화장골을 바라보았다. 광탄에서 바라보는 화장골은 산등성이 가로막혀 보이지 않지만 동로천을 통하여 올라갈 수 있는 마을이다. 채헌은 배를 저어 산 너머에 자리하는 아름다운 화장골에 가고 싶었지만 석문구곡의 극처인 석문정(石門亭)을 향하여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접은 것이다.

八曲鵝川石路開 팔곡이라 아천은 돌길이 열리고
洗心臺下水?回 세심대 아래에 물이 돌아흐른다
渡頭不說桃花網 나루서 복사꽃 줍는 일 말하지 말아라
遊客尋眞逐水來 유객들이 진처 찾아 물을 좇아 오리라93)

채헌은 대하천을 따라서 올라가니 오른편에 돌산이 나타났고 이 돌산을 돌아가니 아름다운 아천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아천에 다다른채헌은 아천의 모습을 ‘흰 돌이 시내에 깔려 있고 복숭아꽃이 물 위에 떠내려 온다’고 묘사하였다. 채헌이 묘사한 흰 돌은 지금도 아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돌의 빛깔이 하얀 빛을 띠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이 때의 흰 돌은 채헌의 관념상에 존재하는 돌이다. 아천 계곡에 깔려 있는 돌은 석문정에서 흘러오는 맑은 물에 오랜 세월 씻겨 깨끗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복숭아꽃이 물 위에 떠내려 온다는 표현은 석문구곡의 극처가 가깝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복숭아꽃은 석문구곡 제9곡의 물 위에 떨어져 흘러서 이 아천에 이른 것이다. 채헌은 아천에서 물에 떠내려오는 복숭아꽃을 줍지 말라 하였다. 왜냐하면 노니는 사람들이 이 복숭아꽃을 따라서 진처(眞處), 즉 가장 아름다운 공간인 제9곡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9 석문정(石門亭)


석문구곡(石門九曲) 원림(園林)의 제9곡은 석문정(石門亭)이다. 석문정은 제8곡 아천(鵝川)에서 대하천을 따라 1.6㎞정도 올라가면 시내 왼쪽에 자리한다. 일현교(日峴橋) 앞으로 펼쳐진 석문구곡의 제9곡은 절경을 이루고 있는데 상류에서 흘러오는 맑은 물이 석문정 앞에서 수많은 돌들과 만나면서 잔잔한 물살을 이루니 여름이면 피서를 온 사람들이 이 굽이에 가득히 자리하고 물놀이를 즐긴다. 왼쪽 언덕에 자리한 석문정은 지어진 지가 오래되어 낡은 상태지만 그 옛날 선비들이 시문을 읊조린 장소로 손색이 없다. 석문정 서북쪽 시내 양편에 바위 벼랑이 솟아있는데 이 바위 벼랑이 자연스레 문을 이루므로 석문(石門)이라 이름하였다.

근품재(近品齋) 채헌(蔡?)이 이곳에 정자를 짓고 이 지명을 따서 석문정이라이름하였다.석문구곡 원림 제9곡의 위치는 아래와 같이 측정되었다. ?위도 : 36° 41′13.54″ ?경도 : 128° 15′17.93″ ?고도 : 145.5m
채헌(蔡?)이 석문정(石門亭)을 지은 해는 무신년(1788)으로 그의 73세 때이다. 그러나 이보다 1년 앞선 정미년(1787)에 석문정이 지어졌다. 그런데 이 해 5월 화재를 만나서 정자가 모두 전소되었다. 채헌은 이러한 시련을 만났어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정자를 지어 무신년에 완성한 것이다. 채헌은 이러한 사실을 필사본 석문정일록(石門亭日錄) 에 자세하게 기록하여 놓았다. 그 기록이 너무나 상세하여 글을 읽어보면 마치 그 당시의 상황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석문정일록 에 기록된 내용 중에서 일부분을 살펴본다.
建築 槪要

정미년(1787)년 5월에 먼저 정자를 지었는데 네 칸의 집이었다. ○ 6월에 화재를 당하였다. 노동에서 서까래나무를 샀다. 송계는 그대로 다시 엮었다.○ 7월에 정사의 재목을 권장의 노곡산소에서 사서 벌목하였다.○ 10월에 각처의 잡부들로 재목을 등에 지고 운반하게 하였다. 진정에서 기와집을 사서 기와 1장에 운반비 1전씩을 준다하니 사람들이 모두 먼저 지고 오기를 다투었다.○ 11월에 터를 닦았다.
丁未五月先作亭直舍四間○六月見火災買椽木于蘆洞松?仍更緝之
○七月買亭舍材木于權丈魯谷山所伐之
○十月使各處時作漢負運材木買瓦家于辰井瓦一丈貰一錢式給之人皆爭先負來矣
○十一月開基

무신년(1788) 1월 26일에 목수 네 사람이 방 2칸 당 2칸을 짓기 시작했다. 객지에서 일을 하는지라 온갖 어려움이 많고 비용이 배로 들어가니 앞으로 일을 마치기를 생각함에 매우 망연했다.
○3월 5일 사시에 기둥을 세웠다.
○(19일에) 서까래 나무가 부족하여 20토를 김룡사에서 구하고 몸체 나무가 부족하여 3그루를 권장의 산소에서 구하고 또 2그루는 김응륜 형의 산소에서 구하였다. 4월 7일에 기와를 이기 시작했는데 기와장이는 곧 용궁에 사는 홍가 놈이다.
○8일에 기와이기를 마쳤다…… 산지기가 전염병이 들었기 때문에 역사를 정지하였다. 목수한 놈도 전염병이 들어 떠나가니 한탄스럽고 한탄스럽다. 5월에 전염병이 그치니 목수가 병이 나았다.
○10일에 다시 목수를 불러 공사를 시작했으나 여러 달 지체되어 물자와 인력이 배로 들뿐만 아니라 날마다 공사를 감독하고 사람을 부리는 일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6월 16일에 나무공사를 마치고 목수를 놓아 보냈다.
○흙 공사는 농사일이 매우 바빠 중지하고 장차 7월 농사일을 쉰 뒤에 공사를 시작하기로 계획하였다. 7월 7일에 흙 공사를 시작하니 토장은 곧 사금이다.

戊申正月二十六日木手四人始役房二間堂二間客地經起凡百多艱所用倍入來頭歇功思甚茫然
○三月初五日巳時立柱
○椽木不足求得二十吐於金龍寺體木不足求得三株於權丈山所又得二株於金兄應倫山所…… 四月初七日始盖瓦盖匠卽龍宮居洪哥漢也
○初八日盖瓦畢
○山直家犯染故停役事木手一漢亦犯染而去可歎可歎五月染疾開霽木手快甦○初十日更招木手始役事而累月遲久非但物力之倍入日日監役令人難堪矣六月十六日畢木役放木手
○土役則以農務方極中止將以七月農歇之後始役爲計七月初七日始土役土匠卽四金也94)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석문정을 지은 채헌(蔡?)은 친척과 지인을불러 석문정에서 노닐면서 시문을 짓고 연회를 즐겼다. 문경뿐만 아니라 인근 고을의 많은 문사들이 이 정자를 찾아서 아름다운 경치를 시문으로 남기고 시조와 가사를 읊음으로써 하나의 소박한 석문가단(石門歌壇)을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전하는 필사본 채헌의 문집들은 모두 이 과정에서 지어진 시문과 시조를 모은 책이다.95) 채헌은 ?석문구곡가?에서 제9곡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九曲石門道豁然 구곡이라 석문에 길이 확 열리며
光風霽月滿晴川 광풍과 제월이 청천에 가득하네
等閒識得尋芳路 등한히 꽃을 찾는 길을 알아내니
飛躍鳶魚摠是天 연비어약이 모두 이 동천이로다97)

채헌(蔡?)은 석문구곡의 제9곡에서 ‘도화(桃花)를 따라서 석문정 찾아가자’고 하였다. 제8곡 아천(鵝川)의 시내 위에 떠내려 오는 복숭아꽃을 좇아서 제9곡 석문정(石門亭)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채헌은 제9곡을 도원(桃園)으로 설정하였다. 이것은 아홉 번째 굽이를 인간 세상과는 다른 공간으로 설정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속세의 티끌이 존재하지 않는 청정한 공간에서 태어나면서 가졌던 청정한 마음을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굽이에 존재하는 금계봉(金鷄峯),관란대(觀瀾臺), 조대(釣臺) 등은 하나 같이 인욕에 물들지 않은 청정한 존재이다. 그는, 이 공간은 광풍제월(光風霽月)이 가득하다하였다. 이것은 선비가 지향하고 싶어 하는 세계이니 천리가 유행하는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를 채헌은 ‘깊은 못 뛰는 고기, 맑은 하늘에나는 솔개’로 표현하였다. 바로 연비어약(鳶飛魚躍)이 아닐 수 없다.그는 못에 뛰는 고기와 하늘에 나는 솔개의 자연성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본성을 찾고자 하였다. 바로 석문정의 아름다운 공간에서 이것을 이루고자 하였다. 채헌은 이러한 석문정을 ?석문정가(石門亭歌)? 가사(歌辭)로 읊어서 그 지취(志趣)를 드러내었다.

석문구곡의 제9곡은 석문(石門) 외에 여러 승지(勝地)가 있다. 석문정집(石門亭集) 의 ?석문정산수록(石門亭山水錄)?을 보면 이 굽이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이 소개되어 있다. 석문 가운데로 흐르는 산양천(山陽川) 외에 월현(月峴), 귀암(龜巖), 용담(龍潭), 월파탄(月波灘), 창애(蒼崖), 조대(釣臺), 관란대(觀瀾臺), 석강(石?), 이화정(梨花亭), 쌍승방(雙僧坊), 석정(石井), 학봉(鶴峯), 탁영대(濯纓臺), 난가석(爛柯石), 관어석(觀魚石), 월계(月溪), 일영봉(日迎峯) 등이다. 석문정 주변의 여러 승지를 ?석문정산수록?의 기록을 통하여 살펴보자.

산양천; 사불산 운달산 두 산에서 발원하여 흘러가서 석문으로부터 삼강에 이르러 합류한다.
山陽川發源於四佛雲達兩山而出自石門至三江合流也
석문; 푸른 바위 벽이 마주 솟고 그 사이에 돌길이 있어 저절로 문의 형상을 이루므로 석문의 이름이 있다.
石門蒼壁對立其間有石路而自作門形故有石門之號
월현; 석문정 서쪽에 있는데 가장 높다. 달빛이 먼저 비추므로 월현이라 하였다.
月峴在亭西而最高月光先照故曰月峴
귀암; 큰 바위가 석문정 서쪽에 있는데 형상이 신이한 거북이 엎드려 있는 듯하다.
龜巖巨巖在亭西而形似神龜之伏
용담; 석문의 입구에 큰 바위가 있는데 사람들이 용암이라 일컫기 때문에 용담이라 하였다.
龍潭石門之口有大巖而人稱龍巖故名之曰龍潭
월파탄; 석문정 앞의 여울인데 달빛이 비치면 물결이 황금의 빛깔과 같다.
月波灘亭前之灘月光照則波如黃金之色

창애; 높다란 절벽이 석문정 동쪽에 있다. 蒼崖千?絶壁在亭之東
조대; 석문정 북쪽 물 가운데 큰 바위가 있다. 釣臺亭之北水中有大巖
관란대; 석문정 북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절로 층대를 이루고시내에 임하여 그 위에 십여 인이 앉을 수 있다. 觀瀾臺亭之北有大巖自成層臺而臨流其上可坐十餘人
석강; 석문정 앞으로 왕래하는 다리 石강亭前往來之?
이화정; 석문정 북쪽의 주점의 이름이다.梨花亭亭之北酒店號也
쌍승방; 푸른 벼랑 위에 옛날에 승방이 마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쌍승방이라 불렀다. 雙僧坊蒼崖上古有僧房相對故號雙僧坊
석정; 조대의 서쪽 절벽 위에 있는데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눈병을 많이 낮게 하여 세상 사람들이 이를 이름하여 약천이라 하였다.
石井在釣臺之西絶壁上大旱不渴而多醫眼疾世人名之曰是藥泉也
계봉; 석문정 뒤의 주산으로 구불구불 비스듬한 산등성이 솟아 오르니 우는 닭의 형상과 같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학봉이라 하였다.
鷄峯亭後主山??而?起如鳴鷄之狀故世人謂之鷄峯
탁영대; 조대 아래에 있는 반석이다. 濯纓臺釣臺之下盤石
난가석; 계봉 위에 있다. 爛柯石在鷄峯之上
관어석; 용담 아래에 있다. 觀魚石在龍潭下
월계; 월현에서 발원하여 석문정 앞에 이르러 합류한다. 月溪發源於月峴至亭前合流
일영봉; 석문정 동쪽 원봉에 있다. 아침 해가 처음 솟으므로 이름하였다. 日迎峯在亭之東圓峯朝日初上故名98)

石門亭十二景 詩
이러한 승지(勝地) 중에서 채헌(蔡?)은 12곳의 경치를 시로 읊었다. 필사본 석문정집(石門亭集) 을 보면 ?석문정십이경(石門亭十二景)?
이라는 시가 있는데 석문정 주변의 12곳의 경치를 각 승지마다 한시 한 수씩 읊었다.

石門亭
一帶溪山十里奇 일대의 시내와 산 십리에 기이하여
半生往來契心期 반생 동안 오고가니 마음의 기대에 합하네
于今粧點盤旋地 지금에야 머물던 자리를 장식하고
泉石亭前慰所思 천석정 앞에서 생각한 바 위로하네

石門
兩峯?嶪一川奔 두 봉우리 높이 솟고 한 시내 달리니
箭括通天石作門 뾰족한 산 하늘에 닿고 돌은 문을 이루네
不是天公裁化斧 조물주가 조화의 도끼로 만들지 않았다면
也應大禹導山痕 또한 응당 우 임금이 산을 이끈 흔적이리

月峴
勝界嶠南惟有峴 교남에서 좋은 경계 오직 월현이 있으니
天?地秘幾年轉 하늘이 아끼고 땅이 감춰 몇 년이 지났는가
新楹突兀臨川流 새로운 기둥이 우뚝 솟고 임한 내가 흐르니
從此名區始著顯 이로부터 이름난 구역이 비로소 드러나네

龜巖
石質苔文也不凡 돌의 재질 이끼 무늬 또한 범상치 않으니
神龜何事化爲巖 신이한 거북이 무슨 일로 바위가 되었는가
洛書背上無人識 낙서의 등 위를 아는 사람 없으니
夜月烟洲伴碧杉 밤의 달 안개 모래섬 푸른 삼나무와 짝하네

龍潭
雲根矯矯有誰? 구름의 근원이 교교함을 그 누가 아는가
龍德正中芳草潭 용덕이 방초의 못에서 정하고 중하네
若使他年得雲雨 만약 다른 해에 운우를 얻게 한다면
一聲雷吼震三南 한 우레 소리에 삼남이 진동하리라

梨花亭
淸和四月酒濃家 맑고 화한 사월 술이 익는 집에
獨樹分明??花 한 그루 나무에 밝은 꽃이 피었네
牧笛樵歌梨亭下 이화정 아래 목동 피리 불고 나무꾼 노래하니
幾人來往憩晴沙 몇 사람이나 오고가며 맑은 모래에서 쉬었는가

月波灘
一道川流夾兩阿 한 길과 시내가 두 산에 끼이니
灘聲喧?和漁歌 떠들석한 여울 소리 뱃노래와 화답하네
夜來水月交輝暎 밤이 들어 물빛과 달빛이 서로 반짝이니
點點黃金閃碧波 점점이 황금빛 푸른 물결에 번쩍이네

蒼崖
山岳蒼蒼萬丈崖 푸르고 푸른 산에 만길 벼랑이
截然屹立孰能階 우뚝 솟아 있으니 누가 오를 수 있을까
最奇??巖間發 기이한 척촉화가 바위 사이에 피어나
嫩?濃花望裏佳 어여쁜 꽃술 짙은 꽃 바라보니 아름워라

釣臺
沙白渚淸江上臺 강가의 누대에 모래 희고 물가 맑아
奇巖平衍自天開 기이한 바위가 평평하고 절로 동천 열린다
從知丙穴無過此 병혈을 알고나서 이곳을 지나지 않다가
取適漁翁日往來 어옹이 되어서는 날마다 오고가네

雙僧坊
創於何代壞何代 어느 시대 생겼다가 어느 시대 무너졌나
欲問靑山山不應 청산에 묻고자 하지만 산이 대답 않네
可惜荒墟相對峙 가련하다 거친 터가 서로 마주 한데
尋眞只有夕陽僧 진처를 찾으나 석양에 중들만 있어라

石?
驅石何時作此? 돌을 몰아 어느 때에 이 다리를 만들었나
千秋不轉水?撞 오랜 세월 옮겨지지 않고 물이 떨어지네
淸宵梧月松風外 맑은 밤 오동나무 달이 뜨는 솔바람 밖에서
靜聽行人步步? 고요히 행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노라

觀瀾臺
虛舟學海泛波瀾 배움의 바다 물결 위에 빈 배를 띄우니
洙泗淵源在此間 사수의 연원이 이 사이에 자리하네
好是反隅推物理 즐겨 돌이켜서 사물의 이치를 찾으니
靜觀朝夕却忘還 고요히 아침 저녁 보고 잊고 돌아오네99)

김문기의 문경의 구곡원림에서
자람스러운 우리문경의 특히 내고향 산북의 내력이 너무나도 생생 꼭 기억하고파

南谷 權 五先 謹記